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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학기 K대와 D대에 수업을 진행 하고 있다. 어려운 선택이었으나 자신의 분야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더 진실되고 참된 모습이라 생각해서 수락하고 오프에서 학생들과 재밌게 수업을 한다. 수업을 듣는 학생과 소통하면서 마음이 통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머리속에 추억이 아닌 기록으로 남겨 본다.


#1.  K대 수업시간 


어느날 오후 수업이다. 조별 발표와 실습으로 인하여 학생들이 많이 지쳐 간다. 날씨도 점점 더워지고 있다. 좁은 강의실에는 컴퓨터 발열로 인한 열기가 나오고, 오후 늦은 시간이 되니 배도 출출 한 모양이다. 그러다 우연히 한 학생이 혼잣말로 한 것을 우연히 듣게 되었다.


" 아 ..배고파" 


난 무심코 지나가는 소리로 들었는데 갑자기 그 학생이 점심을 먹지 않고 혹시 수업에 참여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그래서 그 학생이 앞에 앉아 있어서 다시 물어 보았다.


" 배고파요?" "정말 배고파요?"

" 네"


그렇게 묻는 모습과 질문을 제일 뒤에 앉아 있는 학생이 들었다. 그러면서 소리친다. 


" 햄버거" "햄버거" "햄버거"


나머지 학생들이 모두 연호를 하면서 손까지 머리위로 올리면서 사달라는 체스추어를 한다. 그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학생들 공부하면서 힘들어 지쳐 있는 모습이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도  해서 다시 한번 큰 목소리로 전원에게 물어 보았다.


" 정말 배고파요? "

" 네" 


합창을 한다. 귀여운 녀석들..돌도 씹어 먹을 나이라는 소리를 들은지 얼마 안된듯 한데 벌써 세월이 흘러 나는 흰머리가 나고 돌 씹어 먹을 학생들 앞에 서 있다. 


"그래 좋다. 오늘 내가 한번 쏘지"






마침 나도 오후 저녁 시간이 되다보니 배도 출출하였다.  인원을 파악 해 보니 결석 인원 제외하고도 33명 ...헉...이거 내가 몇푼번다고 큰소릴 쳤지라는 생각이 순간 지나갔으나 이미 물은 엎질러진 법. 그렇게 하여 1차로 30명, 추가로 3명 더해서 33명이 함께 수업시간에 햄버거와 콜라로 추억을 쌓았다.  먹고 있는 그모습은 들어간 비용보다는 학생들과 하나 되어 같이 소통하고 있구나라는 것이 더 가치 있게 느껴졌다. 비록 다른 반에는 더 많은 인원으로 인하여 기회를 갖지 못했지만 양심에 가책을 느껴 커밍아웃한다. 애들아 좋은 기회에 너희들에게도 한번 쏠께.


#2.  D대 수업시간


한편 3월초에 D대에서도 같은 일이 있었다.  저녁에 수업을 하는 것이라 학생들이 하루 종일 공부하다가 저녁시간에 수업에 참여를 하는 것이다. 학생들에게는 빨리 진행하여 수업시간을 조금이라도 빨리 끝내 주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래야 늦게라도 밥 한술 뜨지 않겠는가?  


1시간이 끝나고 나서 하나라도 더 전달해 주려고 했더니 목이 아파오고 갈증을 느꼈다. 늘 그렇듯이 지식의 전달은 항상 힘들다. 타인의 생각에 지식을 전달 하는 것인지..감동을 주는 것인지..왜 자신에게 이 지식이 이득이 되는지를 명확하게 심어주지 않으면 몰입에서 벗어나 버린다. 그런 긴장감을 주려고 끊임없이 목에 핏대를 세운다. 갑자기 아메리카노 시원한 것이 먹고 싶었다.  그리고 물었다.


"여러분 저녁 식사 했어요? "

" 네.." 

저 멀리서 

" 아뇨" 


라고 들린다. 마침 나도 배가 출출하기도 해서 


"학교에서 어떻게 저녁을 해결 하지요" 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샌드위치요" 라고 합창을 해 버린다. 이미 나는 그들이 샌드위치 사 달라는 눈치를 빠르게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또 한번 큰 소리로 물었다. 누가 수업시간에 음식물 섭취를 한데요.. 누가 사올 사람 있어요? 


"제가 다녀 오겠습니다."


귀여운 녀석들..어떻게해서든 베껴 먹고 싶은 모양이다. 3월이라 서먹서먹한 분위기도 있으니 한번 쏘자...그래서 샌드위치와 아이스아메리카노 20개 정도를 사와서 맛있게 먹고 나머지 수업을 잘 마쳤다. 그렇다. 소통이라는 것은 그들의 눈높이로 그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이다. 나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시각과 생각으로 바라봐야 하는 것이다.


6.4 지방선거가 다가오니 표심을 다지기 위해 손을 내민다. 그러나 싸늘하기만 하다. 4월은 고통의 달이기도 하였다. 국가적인 분위기도 무겁고. 주변을 돌아 보아 힘든 사람이 있으면 먼저 손을 내밀어 내 기준이 아닌 상대방의 눈높이와 입장으로 함께 해 줄수 있는 것이 소통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나는 조금씩 사람이 되어 가는 듯 하다. 그동안 너무 많은 소중한 것을 놓치고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2개의 소중한 추억을 쌓아준 K대, D대 학생 제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남은 시간동안이라도 진심성 있게 수업준비해서 꼭 그들에게 득이 될 수 있는 지식전달이 되도록 때로는  노력 할 것이다. 메마른 기술전달 보다는 때로는 감동으로 마음에 문을 열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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